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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파워블로거, 우리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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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하마와 작은 기차’란 웹툰을 아시는가. 자기의 장난감 기차를 뺏어간 까마귀를 하마가 찾아가 혼내준 이야기다. 아주 짧은 이 이야기는 작은 하마를 건들면 큰일 난다는 말로 끝난다. 작은 하마를 얕본 까마귀처럼 당할 수 있다는 뜻이 깔린 셈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댓글이나 공감을 악용한 글을 찾아내는 웹사이트가 있다. ‘작은파워블로거’ 얘기다. ‘작은파워블로거’는 댓글과 공감을 조작한 네이버 블로그만 콕 집어내 폭로하는 웹사이트다. 5월28일부터 가동됐는데 웹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골라낸 ‘나쁜글’을 발표한다.

이 웹사이트는 영향력이 크지도 않고, 키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트위터(@tinypowerbloger) 팔로워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한 사람도 적어 보이고, 웹사이트에 광고도 없다. 누가, 왜, 어떻게 이 웹사이트를 만든 걸까.

“저는 블로그마케팅쪽에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작은파워블로거 운영자는 입을 뗐다. “차라리 광고이면 좋겠어요. 마치 다녀온 것처럼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밑에 댓글은 ‘정말 맛있어 보여요’라고 실제 사람이 쓴 것처럼 달리는데 모든 게 거짓이에요.”

작은파워블로거 운영자는 개발자이자, 디자이너이다. 혼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악용한 글을 골라내는 엔진도 개발했다. 부트스트랩을 이용해 UX와 UI 등 디자인을 모르는데도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페이지도 직접 운영한다. 회사와는 별개로 혼자서 3주간 끙끙대며 매일 밤과 주말에 시간을 들여 만들었단다. 블로그마케팅쪽에서 일하다 보니 블로그마케팅의 문제점이 더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번 주말 서울 홍대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둘 다 홍대는 잘 알지 못해 ‘홍대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홍대 맛집’이라고 검색하니 블로그 후기가 나왔다. 친구랑 이야기한 카페, 가족이 찾은 음식점, 옷가게, 거리 모습 등 다양한 상점 정보가 보였다. 찾아가는 길부터 상점 간판, 주변 모습, 내부 장식, 메뉴까지 사진도 많다. 헌데 블로그 글을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글이 올라온 시각과 댓글이 쓰인 시각이 몇 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댓글이 1시간도 안 되어 40~50개가 달리고, 공감 단추가 20번이나 눌릴 만큼 파워블로그나 인기블로그로 보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저희 회사로 전화해 검색 상단에 올릴 수 있느냐, 조작해 줄 수 있느냐고 요구하는 광고주가 있어요. 요새 블로그마케팅할 때 ‘우리는 조작해준다’, ‘우리가 포털에서 일하나 나와서 잘 안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곳이 있다고 해요. 네이버 블로그 검색 상위권에 올려주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계가 낀다고 작은파워블로거는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 상위권에 올려준다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홍보성 글이 게시되고, 수 분 내에 댓글과 공감이 수십개 달리는 데에 바로 흔히 ‘봇’이라고 부르는 기계적인 작업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작은파워블로거 웹사이트

“네이버 아이디를 한 사람이 여러개 만들 수 있어요. 버려진 아이디도 있고, 휴면 상태인 걸 모아서 업체들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검색 상위권에 올려준단 프로그램은 분명 네이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게 할텐데 이 순간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빠질 거예요. 이렇게 확보한 계정으로 다른 블로그 글에 댓글을 자동으로 다는 거지요.”

의심쩍은 댓글은 단 아이디 주인은 정작 자기 아이디로 무슨 블로그에 가서 어떤 댓글을 쓰는지 모를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이렇게 다수의 아이디를 확보했다면 방문자 수도 올릴 수 있을 게다. 아무리 기계로 아이디를 만들어도 한계가 있을 터. 기계가 아이디를 확보하는 숫자보다 작은파워블로거가 잡아내는 속도가 더 빠를 거라고 생각하고 작은파워블로거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작된 블로그 글 하나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50개 댓글을 찾았으면, 51개 아이디를 찾아낸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댓글과 공감을 조작한 것만 골라낼까. “네이버에선 방문자 수도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댓글과 공감이 달렸는지가 중요해요.” 네이버 블로그 검색 상단에 올리기 위해 조작한 정보를 찾겠단 이야기다.

이렇게 네이버 블로그 검색 상위권을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업할 때, 그 피해는 누구에게 미칠까. “결국 진짜 파워블로거”가 해를 입을 거라고 작은파워블로거 운영자는 말했다. 블로거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기계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작은 파워블로거를 만든 배경이다.

“맛집이란 키워드로 글을 쓰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좋겠는데, 조작된 글에 밀려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생각해봐요. 저는 블로거들이 이런 글을 신고해서 자기 권리를 찾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기계에는 밀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작은파워블로거가 알려지지 않아서일까, 방문자 수는 제로에 가깝다고 털어놨다. 한 번 찾아오고 나서 다시 이곳을 오진 않는 눈치다. 일반 사용자가 아니라 자기 글이 기계로 조작된 글에 밀리지 않길 바라는 목적이 있는 블로거를 위해 만든 탓이다.

영리 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어서 함께 할 사람은 찾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작은파워블로거에서 손을 놓진 않을 거라고 작은파워블로거 운영자는 말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네이버 검색 상단에 올려주겠다’라고 장담하는 마케팅은 왜 가능할까요. 네이버 안에서 가두려고 하니 네이버 아이디 생성해 공감 단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어뷰징(악용)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네이버로만 다 집중된 것 같아요.”

작은파워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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